#01 꼬마 깜둥이 삼보
첫번째로 기억하고 싶은 동화.
꼬마 깜둥이 삼보| 헬렌베너만 저 | 동서문화사(2005)
꼬마 깜둥이 삼보(The Story of Little Black Sambo) 입니다.
사실 이 동화는 제목은 기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런 책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정말 문득, 호랑이가 빙빙 돌다가 버터가 되었던 동화가 있었다는 것이 떠올라서 검색에 검색을 거쳐 그 책이 "꼬마 깜둥이 삼보"였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얘기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기억하고 계시는 걸 보면 분명 유명한 동화책일텐데 사실 제 주변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터라, 왠지 반가웠습니다. 역시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기쁜 법입니다.
예전에 어릴 적에 피아노 학원 한 켠에 놓여있던 작은 책장에는 동화책들이 무질서하게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읽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거의 장식품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가끔씩 들춰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거기에 꽂혀있던 것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책이 아니라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건지, 심지어는 누가 지은 책인지도 알리가 없었습니다. 여러번 읽은 것도 아닌데 그냥 딱 한 번 읽었던 것 뿐인데 기억에 아직도 남아있는 걸 보면 호랑이가 녹아서 버터가 되었고 그 버터로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는 대목이 정말 인상깊긴 했나봅니다.
빙글빙글 돌던 호랑이가 녹아서 버터가 되고 심지어 그 버터로 빵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니....
이 책은 헬렌 배너만이 딸들과 함께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을 위해 직접 쓰고 그림까지 그리면서 탄생되었습니다. 그 후, 그랜트 리차드씨가 1899년에 어린이책 시리즈 중 하나로 영국 런던에서 처음으로 출판했고요. 미국, 일본 등지에서 출판되면서 세계로 널리 퍼졌습니다.
삼보는 헬렌여사의 원 버전에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부 인도에 사는 꼬마라는 설정이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출판되면서 아프리카 소년이라는 설정으로 바뀝니다. 지금은 아프리카 꼬마라는 설정도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Sambo"라는 말이 흑인을 비하하는 속어로 쓰이고 있고 일러스트와 글 속의 삼보와 그 가족들에 대한 묘사가 인종차별의 요소가 있다고 하여 한때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용감한 꼬마 삼보(Brave Little Sambo)"라고 제목을 바꾸기도 했다네요.
버터가 되어가는 호랑이 네마리 by Chihiro Dakeuchi
제가 예전에 보았던 책의 일러스트는 지금 출판되고 있는 책같은 느낌이 아니라 좀 더.. 뭐랄까... 서양인의 그림체로 좀 더 사실적인 느낌. 약간 정글북스러운 느낌이 났던 것도 같은데, 실제로 그랬는지 제 기억속에서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섞이면서 기억이 변형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 있는 너무나도 귀여운! 고양이에 가까운 생김새의 호랑이들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다케우치 치히로씨의 작품입니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한장 업어와보았습니다. 더 많은 일러스트들은 아래 #참고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시면 다른 포트폴리오 작품들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정말 너무 귀여워요.
호랑이가 빙빙 돌다가 녹아서 버터가 되고 그 버터로 핫케이크를 구워 먹다니... 다시 보니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인상깊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헬런 아줌마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본인의 자녀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요? "호랑이처럼 남의 물건을 빼앗고 탐욕을 부리다가는 그런 사람들끼리 결국 부딪혀서 싸우다가 자멸한단다." 뭐 이런 거였을까요?
[줄거리]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삼보라는 꼬마가 어느날 엄마가 만들어준 빨간 저고리와 파란 바지를 입고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초록 양산을 쓰고 보라신을 신고 숲속으로 소풍을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호랑이들을 만나 차례로 빨간 저고리와 파란 바지와 보라 신발과 초록 양산을 빼앗기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그 네 마리의 호랑이가 싸움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삼보는 근처 나무로 피신했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그 호랑이들은 삼보에게 빼앗은 옷과 신발 우산을 모두 던져버리고 싸우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화가 난 호랑이들은 삼보가 숨은 나무 근처로 굴러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무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삼보가 호랑이들이 집어 던진 옷과 우산, 구두를 챙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던 호랑이들은 너무 빨리 돈 나머지 그만 녹아서 버터가 되었습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아빠가 들고 왔던 놋 냄비에 버터를 잔뜩 담아서 집으로 가져갔고 엄마는 그 버터로 핫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그 빵을 27개 먹었고 아빠는 55개 먹었습니다. 꼬마 삼보는 169개나 먹었습니다.
#참고
* Wikipedia.org The Story of little black sambo http://en.wikipedia.org/wiki/The_Story_of_Little_Black_Sambo
* 구글 이미지 검색
* yahoo.jp 이미지 검색
*다케우치 치히로씨의 포트폴리오 http://www.loftwork.com/portfolios/chihi/page/4